“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나라 교육은 어떡하면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일찍 집어넣을까 혈안이 돼 거기에 사교육비를 쏟아넣습니다. 수리중추에선 실수하지 않고 수학적 감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죠. 공교욱은 이 영역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학생을 한줄세우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능력이야말로 인공지능이 우리를 압도하는 유일한 영역입니다. 나머지 영역은 인간이 더 잘 합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쉽게 도태되는 사람을 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았다. 한겨레미디어와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주최한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2016’ 행사에서다. 그는 인간 지능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로 떠오른 ‘인공지능’ 앞에서 인간이 지혜롭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꼽았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교수는 우선, ‘알파고’ 충격이 몰아치기 1년 쯤 전 직접 경험한 사례를 들려줬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CEO가 1년 전 우리가 주최한 학회에 참석해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습니다. 인공지능에게 벽돌깨기 게임을 학습시키는 동영상이었는데요. 처음 10분 동안은 인공지능이 규칙을 몰라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2시간 정도 훈련하니 굉장히 현란한 솜씨로 벽돌을 깨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4시간쯤 지나니 공을 한쪽 방향으로 쳐서 위에서부터 벽돌을 빠른 수준으로 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단위시간당 훨씬 많은 벽돌을 깨고 자신이 실수할 확률이 줄어드는 방법을 깨우친 겁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미래 일터에선 우리보다 훨씬 많은 일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하는 녀석이 옆자리에 앉을 것”이라며 “그 녀석은 내 옆자리 사람이 퍼포먼스가 떨어지고 느리다고 보고할 테고, 그렇게 미래 내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며 인공지능이 예고한 일자리 위협을 진단했다.

정재승 교수는 혁신을 가져오는 불씨로 ‘연관이 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사고’를 꼽았다. “우리 뇌는 비슷한 단어를 뭉치로 저장합니다. 한 단어가 나오면 비슷한 단어가 한꺼번에 뜨도록 디자인돼 있는 것이죠. ‘바다’라고 하면 ‘파도’나 ‘모래’를 떠올려야지, ‘스컹크’를 떠올리면 사차원 인간이 돼 버리죠. 하지만 혁신의 실마리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기존 요소를 재배열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관계를 보는 데서 나옵니다.”

혁신을 가져오는 사람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정재승 교수는 말했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문제를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논의할 때 창의성이 드러납니다. 동종업계 사람들이 열심히 뒤지는 영역 안에서 해답을 찾지 말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통로를 열어두는 게 창의성을 갖는 첫 번째 솔루션이죠.”

다양성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다. 정재승 교수는 “기업에서 리더의 성공 요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개인적인 능력 못지 않게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하지만 능력을 갖추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면서 사회적 공감 능력까지 갖춘 리더는 1%도 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영역을 함께 갖출 수 있는 방법으로 교육의 변화를 꼽았다. 기계학습이 갖출 수 없는 인성의 영역에 대한 교육이 어릴 적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인공지능도 결국 사람이 다루는 기술입니다. 인공지능만 잘 다루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몸과 이미지로 무한 상상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다른 이를 설득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게 새로운 시대의 리더상입니다. 미래의 인재상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가 충만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잃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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