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기술을 내세운 제품 하나가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다. ‘물 속에서도 자유롭게 숨을 쉬게 해주는 물건’이란다. 이른바 ‘인공아가미’다. 제품 이름은 ‘트라이톤’이다. 완성품은 아니다. 시제품 사진과 동영상만 현재 공개돼 있다. 이 물건을 놓고 말이 많다. 제품이 추구하는 기술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트라이톤은 스쿠버용 마스크다. 무거운 산소통을 짊어지지 않고도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쉬게 해주는 장비다. 크기도 조그맣다. 길이 29cm, 폭 12cm에 부메랑 모양을 하고 있다. 이걸 입에 물고 물속에 들어가면 다른 장비 없이 자유롭게 숨쉬며 헤엄칠 수 있다는 얘기다. 복잡한 장비도, 별도의 안전교육도 필요없다. 꿈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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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톤 쪽이 밝힌 원리는 이렇다. 트라이톤의 핵심 부품은 양쪽으로 뻗은 검정 막대다. 이 막대는 ‘미세다공성 중공사’(Microporous Hollow Fiber)로 만들어져 있다. 미세다공성 중공사의 구멍은 물 분자보다 작다. 그래서 물속에서 산소는 빨아들이고 물은 뱉어낸다. 산소를 걸러내는 ‘필터’인 셈이다. 본체에 내장된 ‘마이크로 컴프레서’는 유입된 산소를 뽑아내 실린더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산소를 이용해 물속에서 호흡하는 것이다.

트라이톤은 방수 처리된 내장 리튬이온 배터리로 동작한다. 한 번 충전하면 45분 정도 물속에서 사용할 수 있다.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다. 트라이톤 쪽은 아직은 최대 15피트(4.5m) 이내의 깊이에서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제한 깊이보다 깊숙이 잠수하면 불빛과 진동으로 경고를 내보낸다. 배터리 전원이 부족해도 진동으로 알려준다.

이 제품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아트앤디자인인스티튜트(SADI) 출신 디자이너 연제변 씨가 졸업 작품으로 처음 구상했다. 콘셉트에 불과한 트라이톤에 관심을 보인 해외 투자자가 있었다. 연제변 씨는 그와 손잡고 2014년부터 트라이톤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했다.

트라이톤은 지난 3월 초, 시제품을 공개하고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인디고고에서 본격 펀딩을 받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인 연제변 씨가 직접 트라이톤 시제품을 입에 물고 물속에서 헤엄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그 덕분일까. 애당초 5만달러를 목표로 올렸으나, 순식간에 모금액 90만달러를 넘기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트라이톤 기술을 놓고 지금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콘셉트 제품이 공개된 2013년 이후 <딥시뉴스>를 비롯해 트라이톤을 소개한 몇몇 글을 중심으로 기술적 완성도와 실체 여부를 의심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3월25일(현지시각)에는 <기어정키>라는 외국 매체가 트라이톤의 기술적 원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공 아가미: 100만달러짜리 사기극?’이란 글을 올리며 트라이톤 기술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뒤이어 <기어정키>는 4월1일, 트라이톤이 90만달러를 투자한 인디고고 투자자에게 환불을 진행했다는 글을 올리며 제품에 대한 의심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어정키> 주장의 뼈대는 “트라이톤이 물속 산소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내장된 액화산소 실린더로 숨을 쉰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트라이톤이 주장하는 핵심 기술은 이른바 ‘사기’일 뿐이라는 게 <기어정키> 주장이었다.

헌데 ‘반전’이 일어났다. 트라이톤 쪽은 4월2일 인디고고 페이지에 새소식을 올렸다. 이 글에서 트라이톤 쪽은 “인공 아가미 트라이톤은 ‘액화산소’를 사용하며, 이것이 다른 컴포넌트와 결합해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물 속에서 숨을 쉬게 해준다”라며 “액화산소 실린더는 계속 사용할 수 없기에 초기 투자자들(bakers)에게 웹사이트를 통해 실린더를 구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실린더는) 1, 3, 5개 팩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곧 공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트라이톤 쪽은 이와 함께 기존 투자자를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인디고고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펀딩을 받고 있다. 4월4일(한국시각) 오전 7시 기준으로 22만3천달러 정도가 모금된 상황이다. 액화산소를 이용해 물속에서 숨을 쉬는 장면을 시연한 새 동영상도 공개했다.

트라이톤 프로젝트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연제변 씨는 지난 3월 하순, <블로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허 등록 문제로 상세한 기술 사양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연 동영상에 등장한 시제품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라이톤은 원리로 보면 물 속에서 산소를 걸러내 저장하는 일종의 필터”라며 “자세한 기술적 원리는 크라우드펀딩이 끝나는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실제 제품은 신뢰할 수 있는 업체가 개발하고 있다”라며 “개발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2014년 이후로 계속 진행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트라이톤의 실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재확산된 이후, 4월4일 연제변 씨와 다시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제변 씨는 “국내외에서 우리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정보를 공개하고 기존 투자자를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했다”라면서도 “이번에 공개한 액화산소 실린더는 보조기구일 뿐이며, 물속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이른바 ‘인공아가미’ 기술은 분명히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형으로 액화산소를 보관하는 기술들은 많이 존재한다”라며 “우리는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기술보다 콤팩트한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4월4일 연제변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3월 하순 진행한 첫 인터뷰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 트라이톤은 어떤 제품인가.

jeabyun000= 최근 공개한 게 첫 시제품이다. 콘셉트는 2013년 말에 비핸스를 통해 공개했다. 그 전에는 콘셉트만 있었는데 실제 만들어서 테스트를 거쳐 펀딩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펀딩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미국이고, 일본과 한국도 있다. 현재 e메일이 폭주하는 상황이다. 질문이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되냐, 현실적이냐. 이른바 ‘안티’도 엄청나게 많다. 기술에 관한 발표는 차후 일정을 잡아 진행할 것이다.

–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 중요한 건 물에서 산소를 뽑아내는 게 가능하느냐다. 전문가들도 가능하다는 데까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얼만큼의 양을 추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트라이톤 관련 특허 취득이 완료가 안 됐다. 향후 추가로 얘기할 것이다.

–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 제가 직접 개발한 건 아니다. 원래 2013년 제 SADI 졸업작품이었다. 콘셉트를 올려둔 걸 보고 관심을 갖고 연락을 준 사람이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눈 뒤 본격 제품 개발을 시작하기로 했다. 준비 멤버는 3명이다. 개발이 아직 완료된 건 아니다. 2014년 이후 계속 진행 중이다.

– 시제품은 언제 공개되나.

= 올해 12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 부득이한 이유로 늦더라도 내년 1월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깊이가 4.5m로 제한돼 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어떻게 되나.

= 현재 제품 기준으로 보면, 그 아래로 내려가면 위험하다. 지금은 스노클링 수준이다. 스노클링 다음 단계는 이후 프로젝트로 준비 중이다.

– 최근 ‘사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 <기어정키> 외에도, 이전에 외신에서 얘기가 많았다. 그래서 환불을 계속 요구받았다. 최근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액화산소를 사용할 것임을 밝혔는데, 그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이 나왔다. 인디고고와 상의해서 환불을 진행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얘기했다.

– 그렇다면 기존에 내세웠던 인공아가미 기술은 거짓말 아닌가.

= 다들 <기어정키> 얘길 많이 하는데, 그쪽에서도 저희 입장을 제대로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진 않다. 액화산소 관련해선 핵심은 이거다. 기존 우리가 얘기했던 인공아가미 기술은 분명히 사용할 것이고, 그걸 보조하기 위해 액화산소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 모두들 트라이톤이 액화산소로 완전히 대체되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똑같은 얘길 한다. 매우 곤란한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인공아가미 기술을 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분명히 사용할 것이고, 그것의 보조 역할로 액화산소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

– 인디고고에서 환불이 진행된 까닭은.

= 우리가 최근 새로운 동영상을 업데이트했는데, 그 시점에 환불 얘기가 나왔다. 인디고고와 상의하던 중에 우리에 대해 안 좋은 얘길 하는 사람들이 인디고고 캠페인 페이지에서 우릴 엄청 공격했다. 투자자분들이 좀 더 명확히 어떤 제품에 투자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펀딩을 진행하는 건 신뢰의 문제다. 새 정보를 공개함과 동시에 새 프로젝트로 투자자와 얘기하는 게 어떠냐 하고 인디고고와 얘기했다.

– 액화산소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다.

= 의료기기 쪽을 보면 소형으로 액화산소를 보관하는 기술들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보다 조금 더 콤팩트한 크기로 갈 것이다.

Comments

  1. 놀라운 기술이라고 봅니다.
    계속적인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펀딩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

  2. 저거…저정도 기업이 이룰수가없다.이룰수있다해도 이미저렇게 컨셉트까지 공개된상황에서
    그리고 저런 아이디어가 이렇게 큰 반향과 관심을 일으키고 돈이 될수잇다는 증명까지 된상황에서
    거대기업들이 개발못할리도없고 개발 안할리도없다.고로 저게 존재할지 안할지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는 중요한게 아니다.왜냐하면 저게 가능하다면 저건 특허정도로 막을수잇는 대세가 아니다.
    저정도 기업에서 막을수있는 흐름자체가 아니라…전세계를 바꿔놓을수있는 마치..선글라스가 발명된
    것같은정도의 자연스러운 과학의발전인데…어떻게 한기업에서 그이익을 독차지할수있나.고로 결론은
    저게 가능하고안하고를 떠나서 저 기업은 앞으로 사양길밖에없다.반짝하다가 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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