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거쳐가는 나그네는 음식이나 물을 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발걸음을 멈추면 사람들은 그냥 물을 주고 대접했다. 물어보자. 당신이 속한 공동체가 더 나아지도록 당신도 그렇게 할 것인가?” – 넬슨 만델라

상품은 그것이 특정 기업이나 기술에 의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모두의 자산이 된다. ‘오픈소스’의 기본 정신은 공유요, 기여다. 누군가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장애인용 의수 설계도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어떤 이는 애써 만든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누구든 고치고 개선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내가 건넨 물 한 사발은 그렇게 우리 마을을 살찌운다.

페이스북도 이 맥락을 따르려 한다. ‘모두를 위한 이동통신’을 만들 심산이다. 페이스북은 2월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 행사에서 이같은 계획을 뼈대로 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텔레콤 인프라 프로젝트’(TIP)다.

통신산업은 거대 자본과 고도화된 기술이 지배하는 산업이다. 통신 서비스와 장비에 들어가는 기술은 기업의 일급 자산이다. 이를 여러 기술 기업이 함께 개발하고, 그 과실을 누구든 가져다 쓸 수 있게 공개하자는 게 TIP의 뼈대다. 비용이나 인프라 문제로 이동통신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저개발지역이나 고립된 지역이 주된 수혜지다.

인텔, 도이치텔레콤, 노키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 30곳도 동참했다. 한국에선 SK텔레콤이 TIP 프로젝트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이미 필리핀 지역을 대상으로 4세대(4G) 통신망을 활용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곧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으로도 시범 서비스가 확대된다.

오픈소스 기술로 이동통신망을 직접 구축한 사례는 앞서도 있다. 2013년 2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데사 지역은 처음으로 ‘마을표 이동통신망’을 가졌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저개발지역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Technology and Infrastructure for Emerging Regions, TIER) 연구팀이 내놓은 ‘마을 기반 기지국’(Village Base Station, VBTS) 덕분이다. VBTS는 이동통신망을 보급하기 어려운 산골이나 낙도 같은 환경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이동통신망 시스템이다. 오픈소스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OpenBTS’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버클리대 졸업생인 커티스 하이멀, 샤디 하산, 캐시프 할리는 마을표 기지국을 높은 나무에 매달고, 통신용 장비도 직접 제작했다. 마을 주민 1500여명은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첫 ‘마을통신사’를 갖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통신 스타트업 레인지네트웍스는 아예 이 개방형 통신 기술을 사업 모델로 삼았다. 레인지네트웍스는 2014년 초, 멕시코 오악사카주 탈레아 데 카스트로 지역에 2G 기반 마을표 이동통신망을 구축했다. 레인지네트웍스는 값싸고 효율적으로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고픈 지역을 위해 기술 지원이 포함된 개발자도구를 판매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개발자도구를 쓰면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네트워크를 금방 만들 수 있다고 레인지네트웍스는 말한다.

버클리대학 TIER 연구팀이나 레인지네트웍스 사례가 풀뿌리 지역 운동에 가깝다면, 페이스북의 시도는 보다 원대하다. TIP가 연착륙하면 통신 산업 판도도 적잖이 바뀔 전망이다. 특정 기업에 제공하는 장비나 기술을 울며 겨자먹기로 통째로 사지 않아도 된다. TIP이 만든 진열대에서 원하는 제품이나 기술을 골라 보다 쉽게 모바일 통신망을 꾸릴 수 있게 될 테니까. 개방형 기술이기에 관리나 성능 개선도 쉽고, 비용도 덜 든다. 그게 오픈소스 생태계의 강점이다.

페이스북으로서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페이스북은 2013년부터는 인터넷 음영지역에 있는 전세계 40억 인구를 대상으로 무료로 인터넷을 보급하는 ‘인터넷닷오아르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를 띄웠다. 이번에 발표한 TIP는 이를테면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의 통신 인프라 버전이다. 페이스북은 이로써 전세계 인터넷 영토 확장을 위한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한겨레21> 제1101호, 2016년 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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