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굳이 개인 저작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놓을까. 창작물을 제몫으로 소유하려 들지 않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는 걸까. 이런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전염병처럼 퍼지면 우리가 속한 공동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을까. 주류 상황에 따르지 않고 굳이 혁신을 받아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도 찾고 있다면, 이들 얘기에 귀를 기울여봐도 좋겠다. 창작과 공유, 저작권과 오픈소스…. ‘널리 이로운 자산’의 가치를 주창하는 이들이 서울에 모였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가 10월14일부터 17일까지 개최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글로벌 서밋 2015’ 행사 얘기다. 본 컨퍼런스 첫날인 14일, 행사장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은 400여명의 참석자로 들어찼다. 유명 인사들도 함께했다.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 ‘네트워크의 부’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라이언 머클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CEO, 서정욱 CC코리아 이사장과 윤종수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특히 이날은 2016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 중인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깜짝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윤종수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라이언 머클리 CC CEO(왼쪽부터)

▲윤종수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라이언 머클리 CC CEO(왼쪽부터)

공유와 개방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해킹 활동

“CC 자체가 ‘크리에이티브’를 대변합니다. ‘All Rights Reverved’(모든 권리가 보호됨)란 기존 저작권 개념에서 ‘Some Rights Reserved’(일부 권리가 보호됨)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발상을 한 것이 우리 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니까요.”

윤종수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드는 저작권에 대한 CC의 접근법 자체를 ‘창의적 발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방법론으로 ‘해킹’을 강조했다. 사이버 범죄로서의 해킹이 아니다. 시스템을 파괴하는 해킹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치는 해킹 얘기다.

“해커는 뭔가 새로운 걸 신나는 방법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정부를 해킹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맞댑니다.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 재정 프로젝트가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고 정부와 협력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일상에서도 해킹이 벌어집니다. 공간을, 물품을, 재능을,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유허브’가 그런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길은 아니다. 윤종수 프로젝트 리드는 “혁신은 기존 체제에서 성공을 거뒀던 사람들의 적을 만드는 일”이라며 “좌절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에게 에너지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자”고 제안했다.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로렌스 레식 교수는 ‘공유와 연결의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 세상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잠재적 에너지가 어떻게 분출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 예시를 보여주며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경험에 근거한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바꾸고 성공에 대한 믿음 줘야”

하지만 풀리지 않는 숙제는 남아 있다. 공유와 연결의 가치를 믿지 않는 적잖은 사람들에게 이것이 가치 있는 행동임을 설득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동료 생산’이란 개념을 창안한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이에 대해 “실질적인 증거를 찾아 접목하고 공유하자”라고 제안했다.

“지난 40년 동안의 주류 상황을 따르는 것이 현재의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쉽습니다. 우리가 주장을 만들 때 부가가치를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산업별 특성도 다르고 장르도 다양합니다. 증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델을 이해하고, 증거를 제시해야 하죠. 자유시장은 유토피아적 시각에 기반한 것입니다. 모두가 살 수 없는 이상적 공간일 뿐이죠.”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라이언 머클리 CC CEO는 이를 ‘공유가치’란 표현으로 대신했다. ‘개방’(Open)이란 것은 경제든, 교육이든, 지식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라는 얘기다.

“저작권 협회에 초청받아 간 적이 있어요. 오픈소스나 CC 얘기를 했는데 변호사들은 날더러 미쳤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날더러 ‘왜 굳이 와인을 물로 만들려 하느냐’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제 앞에 앉은 한 분이 그러더군요. 당신같은 사람이 우리의 미래라고. 핵심은 ‘왜 와인을 물로 만들려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들과의 접점을 어떻게 찾느냐입니다.”

요하이 벤클러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미국에서 소득의 불평등이 6~7년전 데이터와 비교하면 분명히 변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마인드를 변화시키고 성공에 대한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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