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디지털이다. 우리 시대엔 그렇다. 사이버와 현실의 경계는 시나브로 흐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볼 일이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우리 삶을 적시는 디지털 기술을 우리는 과연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쏟아지는 기술의 혜택을 무방비하게 누리고만 있는 건 아닐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적어도 우리는 이런 성찰의 기회를 가질 만큼의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런 의문을 진지하게 던져볼 자리가 얼마 전 마련됐다. 한겨레가 주최하고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진행한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2015’(이하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행사다. 올해 첫 시행됐고, 해마다 평가와 시상식을 이어갈 심산이다. 그 첫 시상식이 지난 9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이름대로 ‘사람친화적인 기술’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행사다. 정보기술이라면 무릇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것이 진정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 있을까.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이 질문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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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인류가 지금처럼 삶에 큰 영향을 받는 도구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해본 적이 없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이 기기를 쓰며 생겨날 효과나 영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의존하게 된다”라며 “디지털 기술을 좀 더 똑똑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다”라고 상을 제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이버폭력 방지 기능 넣은 ‘카카오톡’ 대상 수상

평가는 5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우선 연구소 내외부 전문가로 평가위원회를 꾸렸고, 평가 대상 후보군도 함께 선정했다. 전문가 시선만 들어가지 않도록 일반 사용자 평가와 기술서 평가를 병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상 대상 후보군을 추렸다. 그런 다음 다중 평가를 통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편리성, 안전성, 주도성 등 항목과 함께 정보 평등이나 투명성 요소를 두루 고려했다고 한다.

시상은 대상 1곳과 부문별 최우수상·우수상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사용자친화 부문, 사회혁신 부문, 특별 부문별로 수상자가 엇갈렸다. 이와 별도로 사용자가 직접 투표를 통해 뽑은 인기상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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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상인 대상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에 돌아갔다. 카카오톡은 이용자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채팅방 재초대 거부’ 기능을 도입하고, 일대일 대화방에 비밀채팅 기능을 추가했다. 올해 3월에는 그룹채팅방으로 비밀채팅 기능을 확대했다. 그룹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청소년 사이버 폭력을 방지하는 기능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법에서 규정한 것만 다 지키고 서비스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란 걸 지난해 합병하며 프라이버시 문제가 터졌을 때 깨달았다”라며 웃었다. 이석우 대표는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라며 “이용자 입장에 서서 인간적 관점으로 뭐가 중요한지 고민해 서비스 내놓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톡은 이용자가 직접 뽑은 인기상에도 선정됐다. 이 밖에 각 부문별 수상작은 아래와 같다.

“정보의 자기결정권, 갖고 계신지…”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종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 리드이자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이용자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혁명의 시초인 증기기관은 구조는 복잡해도 그것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사람들이 명확히 알았지만, 지금의 기술은 수많은 선이 어디로 가고 무슨 목적을 갖는지 점점 파악하기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윤종수 심사위원장은 기술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로 4가지를 제시했다. 잠깐 들어보자.

“이번에 심사위원들과 고민하며 영감을 얻고 깨달은 건 4가지입니다. ‘코드’(CODE)인데요. 첫째는 배려(Concern)입니다. 하위 10%를 배려하고 응대하는 기술 말입니다. 둘째는 오픈(Opne)입니다. 기술이 복잡해져 이해하기 힘들어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기술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죠. 여기엔 오픈소스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운동도 해당됩니다. 셋째는 결정(Decision)입니다. 이용자가 기술을 일방적으로 따라가지 않도록 선택권을 주자는 얘깁니다. 마지막은 생태학(Ecology)입니다. 객채와 환경의 상관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죠. 함께 가는 기회를 만들고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기회를 주는 기술이 좋은 기술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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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했다. 구본권 소장은 “구글글래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혁신이 일어났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람들은 결국 이 기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더 강력한 성능, 멋진 기기를 추구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좋은 기술은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그걸 통해 삶이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가의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기술이어야 한다”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똑똑하고 안전한 기술 만드는 데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가 작은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2014년 설립됐다. 디지털 문명이 개인과 사회에 가져온 다양한 현상과 영향을 성찰하고 연구하고자 한겨레 딸림기관으로 출발했다. 다양한 연구와 캠페인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도구로 쓰는 방법을 찾아내 알리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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