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요를 창출하긴 어려울 것이다” – <포브스>
“애플은 사람들이 애플워치를 왜 사야만 하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 했다.” – <비즈니스 인사이더>

이번에도 ‘혁신’은 없었다. ‘애플워치’ 탄생을 지켜본 언론 보도는 그랬다. 하루를 채 못 버티는 배터리를 가리켜 “시계라 부를 수 없는 저질 체력”이라고 했고, 운동량 체크나 건강관리 기능을 두고도 “전혀 새롭지 않다”고 손가락질했다. 애플은 그렇게 또 ‘혁신 없는 기업’이 됐다.

혁신은 ‘놀라운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발견에서 싹튼다. 누군가에겐 ‘사야 할 이유를 모르는 물건’이지만, 다른 이에겐 일상을 마술처럼 바꿔주는 도우미 되기도 한다. 몰리 와트에겐 애플워치가 그랬다.

몰리 와트는 유전 질환인 ‘어셔 증후군’ 환자다. 그는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났고, 14살 땐 시각장애가 찾아왔다. 보통때는 시·청각 보조기구와 함께 생활하며, 외출시엔 맹인안내견 도움을 받는다.

몰리 와트는 아이폰 이용자다. iOS에 내장된 장애인 접근성 기능인 ‘손쉬운 사용’ 덕분에 큰 불편 없이 아이폰을 써 왔다. 그녀는 호기심에 ‘애플워치 스포츠’를 샀다. 두 모델 가운데 화면이 상대적으로 큰 42mm를 선택했다.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지낸 지 5일째, 몰리 와트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이 경험을 개인 블로그에 공개했다.

와트를 바꾼 건 애플워치의 진동 기능이다. 아이폰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진동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시계가 주는 경험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이전에는 아이폰을 늘 손에 쥐고 있거나 손 가까운 주머니에 넣어뒀지만, 진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림을 놓치는 일도 적잖았다. 애플워치는 달랐다. 손목에 차는 시계였기 때문이다.

애플워치에 새로 들어간 ‘진동 강도’(Prominent Haptic) 기능은 놀라웠다. 이용자가 진동 세기를 조정하거나,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알림 상황별로 진동 패턴을 임의로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몰리 와트는 특히 애플워치 ‘지도’ 응용프로그램(앱)에서 경이로움을 맛봤다. 그는 아이폰에서 목적지를 설정한 뒤 애플워치를 차고 길을 나섰다. 진동 모드는 와트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교차로나 분기점마다 방향을 진동으로 알려줬다.

“보지도, 듣지도 않아도 애플워치가 손목에 전하는 진동만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짧은 진동이 12번 연속 울리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짧은 진동 2번씩 세 차례 연속 울리면 좌회전하는 식이었죠. 정말 놀라운 기능이었어요.” 그는 안내견 ‘유니스’ 없이도 애플워치 도움으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진동 알림의 효용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애플워치를 쓰는 다른 친구들과 ‘코드’로 의사소통했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깜깜한 장소나 대화가 불가능한 시끄러운 곳에서도 그는 친구에게 진동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거나 “너무 따분하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청각 보조기구를 켜두는 걸 깜박 잊고 잠이 들면, 어머니는 애플워치의 진동 신호를 이용해 늦잠 자는 딸을 깨웠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몰리 와트는 애플워치의 소리가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인에겐 여전히 작다고 했다. 화면이 좁은 탓에 몇몇 앱은 선택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폰을 통해 대부분의 애플워치 앱을 설정할 수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애플워치 화면엔 ‘포스터치’ 기술이 들어가 있다. 화면을 터치하기만 해도 정말로 버튼을 누르는 듯한 ‘클릭감’을 전달해 주는 기술이다. 이 역시 내장된 진동 모터의 힘이다. 포스터치 기술을 발전시키면 단순히 진동 강도나 패턴을 전달하는 걸 넘어, 부드럽고 거친 질감이나 누르는 느낌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3차원 진동’을 쓸 수 있게 된다. 혁신의 시계바늘은 이제 막 움직였을 뿐이다.

(<한겨레> 제1061호, 2015년 5월18일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