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 교사 양성 교육을 받고, 교사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세요.”

능력도, 열정도 있었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뚫기엔 버거웠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뒀다. 일을 더 하고 싶은데 재취업은 쉽지 않다. 그런 내게 누군가 이렇게 제안한다 치자.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열에 아홉은 의심부터 하게 마련이다.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단기 속성 교육으로 얼치기 강사를 배출하고 민간 자격증을 남발하면서 비싼 수강료를 챙기는 장사치들을. 겉보기엔 ‘맘잡고‘도 IT 업계에 널린 ‘자격증 장사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현숙 대표 생각은 정반대다.

▲김현숙 맘이랜서 대표

▲김현숙 맘이랜서 대표

맘잡고는 ‘엄마를 돕는 소셜협력 네트워크’다. 일할 의욕과 능력을 갖춘 엄마(Mom)들이 그에 걸맞는 직업(Job)을 찾을(Go)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도움망이다. 뜻도, 그림도 좋다. 허나 현실에 비춰보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학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이들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세상 아닌가.

“엄마가 여유 있고 자신감이 충만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식들의 문제인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힘이 됩니다. 능력과 열정이 있음에도 결혼이나 양육, 자녀 교육 등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일을 중단하는 경력 단절의 악순환을 자녀에게까지 물려줄 순 없잖아요. 이건 제 자신이 직면했던 숙제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안랩 중국법인 대표에서 사회적기업가로

김현숙 대표는 20대 청춘기부터 지금까지 25년을 IT업계에 줄곧 몸담은 베테랑이다. 그는 1995년 3월 현 안랩의 전신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문을 열 때부터 함께한 ‘개국공신’이다. 17년을 안랩에서 근무하며 상무이사로 신규 사업 개발과 서비스 기획을 총괄하고, 초대 중국법인 대표도 거쳤다. ‘안철수 후보’ 몸값이 천장을 찍을 무렵 설립된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은 그에게 첫 사무국장 자리를 맡겼다. 그런 김 대표가 2013년 사회적기업가로 방향을 틀었다. 까닭이 있을 게다.

“일주일에 80~90시간을 회사 일에 매달렸어요. 그러다보니 집안 일에 차츰 소홀하게 되더군요.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과도 대화가 잘 안 되고, 말다툼도 잦아졌죠. 어느날 아이들에게 짜증만 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 우선 좋은 엄마부터 되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해지더군요.”

김 대표는 그길로 재단 일을 그만뒀다. 아이들은 다니던 학원을 정리하고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그러면서 그 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학교 현실이나 사교육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방면으로 새로운 일을 찾고 부모로서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자. 그런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자연스레 여성들을 위한 소셜 협력 네트워크 모델을 만들게 된 거죠.”

김현숙 대표는 2013년 9월4일 사회적기업 맘이랜서를 창업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경력 단절 여성’에 눈을 돌렸다. “국내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여성입니다. 그런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 수준이에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죠. 한 번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경제활동에 복귀하고 싶어도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금 긴장된 생활로 돌아오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분도 있어요. 그런 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능력과 뜻을 펴게 하려면 결국은 교육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맘잡고는 워킹맘과 구직맘을 연결해 주는 소셜 네트워크다. 전문성을 갖춘 ‘맘이랜서’(Mom+eLancer)가 맘잡고 웹사이트에서 개인 서비스 공간인 ‘클래스’를 개설하면, 이 전문성을 사고픈 고객이 상담을 거쳐 계약을 맺게 된다. 주된 고객은 일과 가정 생활을 양립하고픈 워킹맘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워킹맘들은 일과 가정 생활을 조화롭게 영위하고 싶고, 그 과정에 필요한 자녀 교육의 일부를 맘잡고 전문 강사인 맘이랜서가 나눠 맡는 식이다. “워킹맘은 믿을 만한 전문가의 도움으로 보다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맘이랜서는 능력과 적성을 살려 제2의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잠재된 여성들의 능력을 사회로 환원해 공유 가치를 창출하자는 게 맘이랜서를 만든 목적입니다.”

“능력 갖춘 여성 중심으로 제대로 된 SW 교사 양성하고파”

김현숙 대표는 경제활동 여성 비율을 늘리는 것이 사회 전체로 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전문 능력을 갖춘 ‘프로페셔널 맘’이 돼야 합니다. 그건 비단 경력 단절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얘긴 아닙니다.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굳이 ‘경단녀’에만 한정하지 않고, 1인창조기업가를 대상으로 전문 IT 교육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맘이랜서는 지난해 안랩과 손잡고 ‘제1기 맘이랜서 소프트웨어 교육 강사 양성 과정’(이하 안랩쌤 과정)을 진행했다. 10월 중순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8주 동안 평일반과 주말반 각각 30명씩 총 60명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진행했다. 본격 교육 프로그램 개설에 앞선 일종의 시범사업이었다. “소프트웨어 기술 교육 16시간과 강사 소양 교육 8시간을 진행했는데요. 출석률, 과제 수행 평가, 모의 발표 수업 등 3가지 기준으로 점수당 한 과목이라도 80점 이상이 되어야 수료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처음엔 적잖이 당황해하고 거부감을 느끼셨던 분들도 참여한 선생님들로부터 개별 점수와 부족했던 점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시고 수긍하셨어요. 미수료한 분들은 이번에 새롭게 코딩강사 양성과정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다시 한 번 수강 기회를 드리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안랩과 맘이랜서가 함께 진행한 ‘제1기 맘이랜서 소프트웨어 교육 강사 양성 과정’.

▲지난해 10월 안랩과 맘이랜서가 함께 진행한 ‘제1기 맘이랜서 소프트웨어 교육 강사 양성 과정’.

김현숙 대표는 올해부터 제대로 된 맘이랜서 양성 교육을 본격 시작할 심산이다. 오는 3월부터는 3개월 과정으로 코딩 교육 전문 단체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와 함께 ‘3CT 코딩교사 양성 과정’도 본격 운영한다. 교육과정 구성과 실제 교육은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가 도맡는다. “이번 교육부터는 전문가를 본격 육성하는 유료 과정으로 꾸렸어요. 교육 시간도 지난해 안랩쌤 프로그램보다 늘어난 72시간으로 꾸렸고요. 기술 교육 뿐 아니라 교수법이나 교사 직업 윤리, 창업과 경영 관리 등 교사이자 창업가로서 필요한 자질 교육도 병행합니다. 교육 과정을 통과한 분들에겐 3CT 인증 자격증을 부여합니다. 다음 단계가 더욱 중요한데요. 무상으로 추가 3개월의 현장 경험과 경력 개발 코칭 과정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했어요. 이렇게 모든 교육을 마치면 각자 보조강사, 주강사로서 교육서비스 분야 1인창조기업가이자 맘이랜서 파트너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번 교육은 유료로 진행된다. 3개월치 수업료도 180만원으로, 개인이 부담하기엔 적잖은 금액이다. 이 대목에서 맘이랜서를 ‘자격증 장사꾼’으로 바라보는 곱잖은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얼치기 교사를 돈 받고 쏟아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실력과 자질을 갖춘 전문가를 키워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고 싶어요. 언제까지 선착순 무료 교육 프로그램에만 의존할 순 없잖아요. 누군가는 돈을 내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죠. 맘이랜서에선 이분들이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업 연계 부분까지 지원할 생각입니다. 능력과 자질을 살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일·가정 조화 꿈꾸는 기업과 협력 기대해”

맘이랜서는 2013년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사회적기업진흥원 지원 사회적기업육성사업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현숙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맘이랜서의 꿈은 공유 가치 창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기여한다’는 설립 초기 가치에 동의해 안랩에서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도 크게 성장했고 주식시장에도 상장했죠. 안랩 임원으로선 어느 정도 평가를 받았지만, 그걸로 온전히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전 좀 이상주의자인 거 같아요. 마음은 사람 중심으로 일하고 싶은데, 인적자원 관리자의 관점으로 행동해야 할 때는 갈등도 많았어요. 그래서 기왕이면 두 번째 일은 마음이 좀 행복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우선은 우리 가족부터 만족시키고 싶었고요. 그렇게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맘이랜서 바람대로 ‘엄마’인 여성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려면 본인 의지만으론 안 된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남성부터 교육하는 게 순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게 기업체 임원 대상 교육입니다. 그분들이 여성 인재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누군가의 아빠이거나 남편이죠. 이건 맘이랜서의 장기적 수익모델이기도 한데요. 기업에서 실시하는 외부 교육에 맘잡고 네트워크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회사가 복리후생 차원에서 전문 교사를 직원들의 가정에 보내 자녀 교육과 진로 상담, 감정 조절 교육 등을 도와주는 거죠. 이런 식의 홈케어 서비스도 맘이랜서 교사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는 데 우선 집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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