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루빈은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다. 그는 독학으로 익힌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휘해 지난해 ‘그린하우스’를 만들었다. 그린하우스는 조금 특별한 곳이다. 여기선 미국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을 감시한다. 정확히 말하면 상·하원 의원들이 주된 감시 대상이다.

그린하우스는 웹브라우저에 붙여 쓰는 확장기능이다. 흔히 말하는 ‘플러그인’이라고 보면 된다. 애플 ‘사파리’와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에서 쓸 수 있다. 설치도, 이용 방법도 쉽다. 웹브라우저 장터에서 확장기능을 찾아 ‘설치’만 누르면 준비는 끝난다. 이제 미국 상·하원 의원들 이름이 포함된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자동으로 의원 이름을 인식해 도드라지게 표시해 준다. 그 위에 마우스 커서를 살포시 갖다대 보자. 꼬마 팝업창이 뜨면서 해당 의원이 캠페인으로 모금한 자금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정교함도 갖췄다. 팝업창엔 전체 후원 액수와 산업별 후원 금액이 나뉘어 뜬다. 산업별 후원 금액을 따로 보여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후원자가 해당 의원의 주요 활동 분야와 얼마나 밀접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당선 지역에 따라 레드 스테이트(빨강)와 블루 스테이트(파랑)로 구분해 보여주는 건 기본이다. 200달러 이하 소액후원자 비율은 따로 집계했다. 의원 이름을 누르면 보다 상세한 정보를 띄워준다.

주요 데이터는 ‘오픈시크릿’에서 가져왔다. 오픈시크릿은 미국 정치자금 투명성을 높이고자 만든 민간 단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설립을 주도하고 지금은 의회개혁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도 니콜라스 루빈이 그린하우스를 만드는 데 영감을 보탰다.

17살 소년은 말했다. “제 바람은 간단해요. 우리가 뽑은 의원들이 어디서 정치후원금을 받았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거죠. 그게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변화를 촉진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니콜라스 루빈과 오픈시크릿이 정보를 다루는 방법은 새롭지 않다. 오픈시크릿은 공개된 자료를 수집·분류하고 시민들이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게 다듬었다. 루빈은 이를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코딩’했다. 누구든 시간과 돈, 수고를 따로 들이지 않고 정치인의 후원금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웹브라우저만 열면 된다. 그린하우스는 장막 너머에서 이뤄지는 정치 거래의 감시를 일상화함으로써 정치인의 자기 검열과 통제 효과를 가져왔다.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굳이 정치 분야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지난 1월 공개돼 화제가 된 ‘이마트몰 가격 추적기’를 보자. 공개 대상이 정치인에서 마트 상품으로 바뀌었을 뿐, 방식이나 목적은 다르지 않다. 가격 착시현상에 현혹돼 ‘호갱’이 되지 않도록 소비자가 직접 대형 마트 상품 가격을 감시하자는 취지다.

이마트몰 가격 추적기는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쓰는 확장기능이다. ‘오늘의 유머’ 이용자 케아르(필명) 씨가 만들었다. 확장기능을 설치하고 이마트몰에 접속하면 그동안 감춰져 있던 상품 가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품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대면 해당 상품의 최근 2개월여 동안 가격 변동 내역이 그래프로 뜬다. 현재 가격과 최저가·최고가·평균가를 한눈에 보여주니, 이 상품이 정말로 최저가 할인 중인지 아닌지 금세 파악된다.

이마트몰 가격 추적기는 하루 한 번씩 ‘로봇’을 파견해 이마트몰 가격 정보를 수집한다. 미처 수집하지 못한 정보가 있다면 이용자가 ‘추적요청’ 단추를 눌러 알려주면 된다. 평소 막연하게 품었던 의심이 해갈될 수도 있을 게다. ‘오늘만 파격 세일! 9,000→4,500원’ 문구가 실은 ‘어서와, 호갱님~ 반값할인은 처음이지?’라는 말이었음을. 이마트몰 가격 추적기는 최근 안드로이드용 응용프로그램(앱)으로도 나왔다.

세계 e쇼핑의 허파, 아마존에서 ‘직구’ 좀 해 봤다는 사람이라면 ‘낙타’ 한 번쯤 안 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카멜카멜카멜’은 수많은 아마존 상품을 대상으로 최저가 변동 정보를 알려준다. 카멜카멜카멜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최근 가격 변동 그래프와 더불어 아마존에서 현재·최저·최고·평균 가격과 경쟁 e쇼핑몰의 가격까지 비교해 보여준다. 조금만 신경 써서 검색하기만 해도 ‘호갱 탈출’은 어렵지 않다.

가만있자. 그런데 이런 건 정부나 의회, 유통업체가 만들어줘야 하는 기능 아닌가. 이걸 왜 우리가 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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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2015년 2월9일자, 제10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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