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경제상황에서 누가 공유를 하려 할까요? 공유는 내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열심히 만든 저작물을 왜 남에게 주려 할까요? 나 뿐 아니라 공동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웹을 통해 공유하는 건 뭔가를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다함께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라이언 머클리는 30분간 이어진 연설 내내 ‘공유’와 ‘개방’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신임 CEO다. 취임한 지 이제 갓 100여일을 넘겼다. 이번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가 주최하는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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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머클리의 이력은 사회변화의 접점에 늘 머물렀다. 그는 15년 전, 캐나다 워털루대학 학보사 편집장으로 일하며 CC를 처음 만났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1.0 규약이 막 발표되던 무렵이었다. 1년쯤 뒤엔 ‘파이어폭스1.0’이 발표됐다. 오픈라이선스’와 ‘오픈웹’을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저작권 행사, ’옵트아웃’에서 ‘옵트인’으로

라이언 머클리 CEO는 수십년을 거치며 강화돼 온 저작권법이 창의적인 활동과 공동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창의성과 지식은 이전 세대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과학적 연구업적도 앞선 과학자들의 업적에 빚을 지고 있죠. 회화도 이전 거장의 업적을 반영한 것이고요. 음악도 자신이 듣고 자랐던 부모님의 영감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로비스트들은 100년 전 ‘사후 28년’이던 저작권 적용 기간을 ‘사후 70년’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나마도 기존 저작물에 소급 적용해 버렸습니다. 2019년까지 새로운 저작물은 전혀 공공재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폐쇄적인 저작권법이 새로운 창작물이나 창의적 프로젝트의 탄생을 출발부터 제약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라이언 머클리 CEO는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부여되는 방석을 넘어, 저작권자가 저작물 이용허락 조건을 쉽고 간편하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저작물 공유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른바 ‘옵트아웃’이 아니라 ‘옵트인’ 방식이다.

“예전엔 저작권자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표시를 직접 했습니다. 이젠 굳이 원하지 않는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이 자동 발생하고, 사후 70년까지 지속됩니다.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라이선스 이용조건을 표시하고, (굳이 독점하지 않을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제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것이 CC가 생긴 목적입니다.”

공동체를 살찌우는 힘, 점유에서 공유로

라이언 머클리 CEO는 공유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고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사례로 3가지를 꼽았다. <셜록홈즈>와 에볼라 바이러스, 테슬라였다.

“코난도일이 사망했을 때, 가족들은 저작권을 오랫동안 보유하기 원했습니다. 그들은 <셜록홈즈>를 공개하는 것이 창의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반대로 판단했습니다. 풀어주는 것이 새로운 창의성을 독려할 수 있다고 봤죠.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셜록홈즈>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설을 썼습니다. 영화가 제작되고, 에미상도 받았죠. <CBS>는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시리즈물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공동체도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졌죠. 그게 공공재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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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가 저작권을 공동체 가치로 환원한 사례라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개방형 학술활동의 가치를 입증한 축에 속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했을 때 과학자들은 고민했습니다. 숙주가 무엇인지 알아야 치료제를 알 수 있었죠. 6개월이 지나 <플로스>(PLoS)란 퍼블릭 사이언스 저널이 숙주를 발견해 공개했습니다. 중대한 정보를 모두가 즉각 보도록 한 것입니다. 오픈액세스 운동의 힘입니다. EC의 2011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세계 논문의 50%가 공공재로 공개돼 있습니다. 열린정부나 오픈데이터 운동이 우리에게 준 축복입니다.”

공유의 힘은 혁신기업 테슬라도 비껴가지 않는다. “올해 6월, 엘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보유한 특허를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왜일까요? 테슬라는 새 시장을 만들어 기존 자동차업계 판도를 바꾸고 싶어했습니다. 오늘날 기술은 너무 빨리 바뀌고, 특허 가치 자체도 빨리 소멸됩니다. 특허를 공유하면 테슬라 기술을 이용해 다른 업체도 전기차를 만들고, 테슬라가 기술적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겠죠. 인프라나 충전소, 배터리의 표준 기술이 만들어지고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테슬라는 단기 이득을 포기하고 장기적 시장 이득을 추구한 겁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결정이었죠. 공유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풍요로워진 사례입니다.”

라이언 머클리 CEO는 CC에 합류하기 전 국경없는엔지니어와 토론토시장 기술자문을 맡으며 오픈데이터 운동에 참여했다. 그뒤 모질라재단 COO를 거쳐 올해 6월 CC CEO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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