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산만하면, 집중은 물 건너간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글쓰기도 망한다. 첩첩산중 움막에 틀어박혀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써야 할까. 그러기엔 시간도, 여건도 여의치 않다. 그래도 글 쓰는 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보고 있는 컴퓨터 화면이 주의력을 흐뜨러뜨리는 최대 훼방꾼이다. 수시로 뜨는 각종 알림 메시지, 끝없이 유혹하는 각종 온라인 게임이나 쇼핑 정보…. 글을 쓰다가도 어느새 웹브라우저를 열고 이곳 저곳을 들락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세상만사를 잠시 꺼두고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없을까. 이런 용도를 내세우는 앱이 이미 여럿이다. 대개 ‘distraction-free note taking app’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방해금지 글쓰기 앱’ 쯤 되겠다.

이런 앱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먼저 글쓰기 창은 전체화면으로 띄우는 게 좋다. 화면엔 복잡한 도구모음도, 창 이동 막대도 없다. 글쓰기를 방해할 수 있는 화면 속 요소들을 최대한 덜어냈다. 마치 책상 위에 흰 종이 한 장만 놓고 글을 쓰는 느낌을 준다. 어떤 앱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배경음악을 제공하기도 한다. 빗소리나 물소리, 바람소리같은 ‘화이트노이즈’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준다.

이런 식의 앱은 이미 여럿 출시돼 있다. 윈도우나 맥 PC에 설치해 쓰는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유료도 여럿이고, 무료 앱도 쓸만한 것이 많다. 이 가운데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간편히 띄워 쓸 수 있는 ‘글쓰기 집중 앱’을 골라보자. 비슷한 앱이 많아 선택이 어려우신가? 딱 5개만 추렸다.

라이터

‘라이터’는 크롬용 문서 작성기다. 크롬 웹스토어에서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곧바로 웹사이트 화면이 크롬에 뜬다.

라이터는 흔히 보는 글쓰기 집중용 앱의 모범을 따랐다. 초기 화면은 검은 바탕에 초록 글씨가 전부다. 입력한 글은 따로 ‘저장’ 단추를 누르지 않아도 자동 저장된다. 저장 용량도 제한 없다. 사진·동영상이나 하이퍼링크를 삽입하는 기능은 지원되지 않는다. 오롯이 ‘글’만 줄줄 써내려가면 된다.

화면 아래엔 조그만 도구모음 막대가 달려 있다. 완성된 글은 여기서 TXT·PDF 파일로 저장하거나 워드프레스·텀블러·무버블타입·타입패드 블로그로 내보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오프라인 문서 작성 기능을 추가했고, 마크다운 문법도 지원한다.

라이터는 인터넷을 떠돌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크롬에서 곧바로 기록할 때 제격이다. 어떤 PC에서든 구글 크롬만 깔아두면 똑같은 문서 내용을 불러올 수 있어 편리하다. 구글이나 야후, 오픈아이디로 로그인하면 글자색과 배경색, 줄간격과 글꼴 등을 입맛에 맞게 지정할 수 있다.

라이트박스

‘라이트박스’는 라이터와 비슷한 노트 서비스다. 웹사이트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크롬 이용자라면 웹앱으로 설치해 쓰는 게 더 편하다.

크롬용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메모장과 비슷한 조그만 창이 뜬다. 이 창에서 새 텍스트 문서를 만들거나 기존 문서를 불러와 편집할 수 있다. 여느 ‘방해금지 노트’처럼 큰 화면에서 글을 쓰고 싶다면 ‘메뉴→전체화면’을 누르면 된다. 글자색과 배경색, 글꼴과 줄 간격, 가로폭을 지정하는 기능도 라이터와 닮았다.

작성한 문서는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계정에 저장해두고 언제 어디서나 불러오면 된다.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계정이 없어도 걱정 말자. 라이트박스에서 작성한 글은 자동으로 PC 속 임시 폴더에 저장된다. 다만, 이렇게 저장한 글은 다른 PC에선 불러올 수 없다.

드래프트

이름에 맞게 ‘초안’을 작성하기에 좋은 노트 작성 앱이다. 크롬에선 웹앱확장프로그램 형태로 모두 제공된다. 확장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크롬 도구모음 막대에서 곧바로 실행할 수 있다.

평소엔 일반 노트 앱처럼 드래프트 창을 열고 글을 써내려가면 된다. 글은 저장 단추를 누르지 않아도 자동 저장된다. ‘드래프트’의 가장 큰 장점은 문서별 ‘버전관리’ 기능이다. 글을 쓰다 보면 욕심이 생겨 내용을 덧붙이거나 고치다가 원본 글마저 망칠 때가 있다. 드래프트는 이럴 때 제몫을 한다. 저장된 글을 고치거나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기 전에 오른쪽 메뉴에서 ‘초안 저장'(Mark Draft)을 눌러두자. 이렇게 저장한 초안은 화면 오른쪽 ‘○ Drafts’ 링크를 눌러 버전별로 한눈에 확인하고 언제든지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초안별 문서 변화를 한눈에 보며 비교하기에도 좋다.

드래프트 편집창은 마크다운 문법을 지원한다. 마크다운 문법을 몰라도 오른쪽 메뉴를 이용해 이미지나 링크, 각주 등을 손쉽게 문서에 넣을 수 있으며, 미리보기 화면도 지원한다. 협업 기능도 유용하다. 여럿이 문서를 공유해 함께 작성하거나, 상대방 문서에 주석을 다는 식이다.

‘헤밍웨이 모드’ 같은 기능도 재미있다. 이 기능을 켜면 작성 중인 글을 수정하는 기능이 잠긴다. 일단 앞뒤없이 글을 줄줄 써내려간 다음, 나중에 고치라는 뜻이다. 생각나는 바를 짧은 시간에 집중해 단숨에 써내려갈 때 켜두면 좋다.

드래프트로 작성한 글은 다양한 웹사이트로 발행할 수 있다. 워드프레스나 텀블러, 트위터와 링크드인, 버퍼 등을 지원한다. 예컨대 워드프레스 이용자라면 글 입력창에 마우스 커서를 놓고 크롬 도구모음 막대의 드래프트 아이콘을 눌러보자. 드래프트에 저장된 문서 목록에서 글을 불러내 곧바로 워드프레스로 전송할 수 있다.

젠펜

단순, 깔끔, 담백한 문서 작성기를 원하는 이라면 ‘젠펜’을 보고 반색할 만하다. 크롬용 젠펜 앱을 실행하면 그 까닭을 대번에 알 수 있다. 하얀 바탕에 까만 글자, 젠펜이 제공하는 전부다.

젠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편집기다. 글의 특정 영역을 마우스로 선택하면 편집 메뉴가 풍선창으로 뜬다. 선택한 글을 굵게, 기울임체로, 인용문 형태로 바꾸거나 링크를 삽입할 수 있다. 이런 편집기는 미디엄이 먼저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왼쪽 메뉴 아이콘을 살펴보자. 글쓰기 창을 전체화면 모드로 바꾸거나, 글자색·바탕색을 반대로 전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완성된 글은 마크다운 문서나 HTML, TXT 문서로 내려받아 저장할 수 있다.

젠펜으로 작성한 문서는 자동 저장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젠펜에선 가장 최근에 작성한 문서만 웹에 저장된다. 여러 개의 문서를 웹에 보관할 수 없는 만큼, 중요한 문서는 별도로 내려받아 저장해 두자.

젠펜 편집기는 능력 있는 개발자에게 활짝 열려 있다. 깃허브에서 소스코드를 내려받아 자유롭게 활용하면 된다.

콰이어트 라이터

이름이 이 앱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조용히 글쓰기에 집중하라’고 만든 노트 프로그램이다. 담백하고 깔끔한 글쓰기 도구를 원하는 이용자에게 제격이다. 크롬 확장프로그램 형태로 제공된다.

먼저, 미리 설정된 8가지 테마에서 마음에 드는 글자색과 배경색을 고르자. 기본 11가지 글꼴에서 원하는 걸 고르고, 본문 글자도 눈에 익은 크기로 조정해 둔다. 글자수나 단어수를 표시할지 여부도 옵션에서 지정할 수 있다.

이제 전체화면으로 전환해 글을 써내려가면 된다. 글쓰는 동안만큼은 아무런 훼방꾼도 없다. 오른쪽 메뉴마저 글을 입력하는 동안은 잠깐 사라진다.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글을 쓰는 데는 문제 없다.

작성 중인 문서를 저장하지 않고 창을 닫더라도 걱정말자. 나중에 확장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마지막 작업 내용이 그대로 뜬다. 새 글을 쓰려면 화면 오른쪽 ‘클리어’ 메뉴를 누르면 기존 작업 내용이 지워지고 깨끗한 창이 뜬다. 한 번 지운 글은 다시 불러올 수 없으니 주의하자. 글 여러편을 한꺼번에 저장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 덤

웹앱이나 확장프로그램을 까는 것조차 귀찮다면, 더 간단한 방법도 있다. 웹브라우저 탭을 메모장으로 바꾸는 건 어떤가.

방법은 간단하다.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아래 코드를 입력해 보자. 현재 열린 탭이 글을 입력할 수 있는 메모장으로 바뀐다.

data:text/html, <html contenteditable>

이 탭을 북마크바나 즐겨찾기에 등록해 두고, 필요할 때 실행하면 된다. HTML 문법을 좀 안다면 글자 크기나 줄 간격, 글꼴과 가로폭을 원하는 대로 조정해도 된다. 아래처럼.

data:text/html, <body contenteditable style=”font: 1.2rem/1.5 monospace;max-width:50rem;margin:0 auto;padding:4rem;”>

이 기능은 구글 크롬 뿐 아니라 사파리와 파이어폭스, 오페라 웹브라우저에서도 쓸 수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선 테스트하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단, 이렇게 쓴 글은 탭을 닫으면 모두 지워진다. 다른 웹브라우저에서 글 내용을 불러올 수도 없다. 일회용 메모장 용도로 쓸 만하다.

web_browser_tab_memo

웹브라우저 탭을 메모장으로 바꿔보자.

Comments

  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단순한 메모 작성 프로그램을 찾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덕분에 좋은 방법 알아갑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