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만 ‘오픈소스’가 있는 게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있다. 이상하다. 오픈소스라 함은, 소스코드를 공개한다는 뜻 아닌가. 애니메이션에서 무슨 소스코드를 공개한단 얘긴가?

특별할 건 없다. 오픈소스SW를 이용해 제작하고, 제작 결과물을 최소한의 조건을 지키면 누구나 자유롭게 쓰도록 공개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결과물을 발전시키는 개방과 공유의 정신이 깃들었기에 ‘오픈소스 애니메이션’이다.

구스베리 프로젝트’도 꼭 그런 오픈소스 애니메이션이다. 블렌더재단이 주도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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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더재단은 ‘블렌더’라는 그래픽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곳이다. 블렌더는 원래 상용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2002년 아예 오픈소스 그래픽SW로 전환했다. 오픈소스SW라고는 하지만, 상용 프로그램에 뒤처지지 않는 기능을 제공한다. 구스베리 프로젝트 역시 블렌더 힘을 빌려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이다. 3월9일 정식 공개됐다.

블렌더재단은 이미 비슷한 ‘전과’를 갖고 있다. 2006년엔 ‘코끼리의 꿈’(Elephants Dream)을, 2007년에는 ‘거인 수컷 토끼’(Big Buck Bunny)란 애니메이션을 잇따라 공개했다. 두 작품은 저작자만 밝히면(CC BY) 누구나 떳떳하게 내려받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출처만 밝힌다면 상업 용도로 상영하거나 DVD로 제작해 판매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

구스베리 프로젝트는 이보다 좀 더 대범하고 덩치 큰 실험이다. 블렌더재단은 전세계 독립 스튜디오 12곳과 손잡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18개월 동안 80여명이 오롯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협력한 개인이나 커뮤니티까지 합하면 참여자는 훨씬 늘어난다.

구스베리 프로젝트는 재미있는 삶을 꿈꾸는 양 ‘미셸’에 관한 영화다. 지금은 한창 각본 제작 단계다. 블렌더재단은 “재미있고, 부조리하면서, 대담한 러브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인 마튜 오브리가 맡았다. 시나리오는 8월께 완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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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라우드펀딩 힘을 빌려 제작된다. 펀딩은 3월9일부터 42일간 진행된다. 목표 인원은 1만명, 희망 모금액은 64만달러(7억2천만원)다. 완성된 영화는 블렌더재단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블렌더 클라우드‘를 통해 유통된다.

영화를 돕는 방법은 여럿이다. 25.6달러, 우리돈 2만9천원 정도를 후원하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영화를 실시간 감상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된다. 57.6달러를 후원한 이들에겐 블렌더 클라우드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한다. 블렌더 클라우드 안엔 블렌더재단이 지금껏 공개한 영화나 실습용 동영상 등이 들어 있다. 이용자는 이 자료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224달러, 우리돈 25만원 정도를 낸다면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고 공식 웹사이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블렌더 클라우드 18개월 이용권도 함께 제공된다. 각종 혜택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골드 후원자가 되려면 3200달러(약 333만원)를 내면 된다. 그렇다고 완성된 애니메이션이 후원자들의 점유물로 그치진 않는다. 앞선 블렌더 애니메이션이 그랬듯, 구스베리도 CCL 조건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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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현재로선 실패할 확률이 높다. 모금 마감일인 4월19일을 4일 남짓 남겨둔 현재, 참여자는 목표 인원인 1만명의 4분의 1 수준인 2469명이다. 모금액도 목표 금액인 50만유로(7억2천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21만6800유로 정도다. 구스베리팀은 일부 이용자 요청에 따라 펀딩 기간 안에 후원자가 3천명이 넘으면 캠페인을 18일 더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오픈 진영을 응원하는 이들이 힘을 보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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