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프로젝트.’ 네이버가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차세대 검색 구축 사업이다. 네이버는 정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듯’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진행되던 검색 서비스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제대로 된 코끼리를 완성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지난 2012년말 블로터닷넷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이윤식 당시 NHN 검색본부장은 “사람과 대화하듯 편안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검색을 꿈꾼다”라고 말했다.

꼭 1년 만이다. 다시 만난 이윤식 본부장은 회사명만 NHN에서 네이버로 바뀌었을 뿐, 변한 게 없었다. 그에게 코끼리는 안녕하시냐고 묻자 “이제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참, 프로젝트명이 바뀌었어요. ‘프로젝트 인(人)’으로요. 코끼리 프로젝트는 그동안 네이버에서 부문별로 진행해 온 프로젝트들을 조립하는 걸 목표로 삼았지요. 이제 완성 단계로 나아가는 만큼, 사람을 닮아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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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사람을 닮아간다는 얘긴 이젠 좀 식상한 수사학 아닐까. 이윤식 본부장은 “글로벌 검색 컨퍼런스를 가 봐도 가장 큰 이슈는 언제나 ‘검색이란 무엇인가’였다”라며 “지금은 검색의 방향과 미래를 정하는 것이 검색 서비스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 방향으로 네이버가 선택한 게 ‘사람 닮은 검색’이란 설명이다.

점원과 대화 주고받듯 선물 추천받는 검색

“많은 네이버 이용자들이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가 뜻밖에도 ‘질문’입니다. 궁금한 건 많은데, 제대로 된 질문을 검색창에 못 넣는 것이죠. 이는 우리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의 불완전성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질문을 여러 번 던져야 했습니다. 우리는 이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답에 접근하는 ‘대화형 검색’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그 첫 대상은 선물로 잡았어요.”

이런 식이다. 지금까진 네이버 검색창에 ‘생일선물’이나 ‘생일선물 추천’을 입력하면 관련 웹사이트나 블로그, 이미지와 지식iN 등 통합검색 결과만 주르륵 띄워줬다. 하지만 대화형 검색 서비스는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띄워주기 전에 이용자에게 묻는다. ‘어떤 분의 생일 선물인가요?’ 이용자가 ‘여자친구’나 ‘엄마’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선물이 추천 목록으로 뜬다. 이용자가 찾는 정보에 접근하는 단계를 줄인 것이다. 선물 추천 대화형 검색 기능은 1월 들어 네이버 모바일검색에 우선 적용됐다.

“우리가 선물 사러 매장에 가도 마찬가지잖아요. 물건을 둘러보려 하면 직원이 다가와 ‘누구에게 선물하고 싶으세요?’라고 먼저 묻지요. ‘어머니요’라고 대답하면 곧 다른 질문이 뒤따릅니다. ‘어머니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라고요.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피드백을 통해 골라준 선물을 자동 추천해 줍니다. 이른바 ‘피플랭크’ 시스템을 적용해 검색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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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검색의 배경엔 ‘정답 없는 정답’을 보여줘야 하는 검색 서비스의 고민이 깃들어 있다.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이나 ‘여자친구에게 줄 최고의 생일선물’ 같은 질문에 정답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가격이나 취향, 나이나 직업에 따라 선호하는 선물이나 라면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차선책이다. 이윤식 본부장은 “검색이란 용어도 이젠 어색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생각하는 바를 쓰면 자연스레 답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꿈꿉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는 검색사업자가 아니라, 질의 형식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정보사업자에 가깝겠죠.”

‘바담 풍’도 ‘바람 풍’으로 알아듣는 검색

친구나 지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말엔 온전한 대화 뿐 아니라 말실수나 잘못된 지식까지 파악해 제대로 알아듣는 일도 포함된다. 검색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찌그러진 곳’을 검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 눌린 곳’으로 검색하는 이도 적잖다. ‘스티브 잡스가 2005년 6월 12일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한 연설문’이라고 일일이 입력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대’ 정도만 입력하거나, 그마저 귀찮다면 ‘스티브 잡스’만 덜렁 검색하는 것도 예사다. 검색 서비스는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 뒤에 감춰진 의도까지 보듬어안아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포털은 ‘연관검색어’라는 이름으로 기존 검색어와 비슷한 검색어 뭉치를 검색 결과에서 함께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를 입력하면 ‘스티브 잡스 명언’이나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대 연설’, ‘빌게이츠’와 ‘리드대학’처럼 이용자가 많이 찾아본 연관 검색어를 띄워주는 식이다.

그 뿐이랴. 생각해 보면 검색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타와 실수를 남발하는가. ‘gmail.com’을 입력하면 구글 G메일 서비스로 접속하지만, 실수로 ‘gmial.com’으로 접속했다간 잠깐의 방심 때문에 개인정보를 탈취당할 수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구글은 ‘gmial’이라고 입력해도 자동으로 ‘gmail’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수정된 검색어’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도 굳이 ‘gmial’을 찾으려는 사람에겐 한 번 더 마우스를 눌러 해당 결과를 찾아보도록 유도한다.

네이버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얼마 전 검색에 적용했다. “지금까지 검색은 주어진 질의어에 맞는 검색 결과를 찾아주는 책임만 졌을 뿐, 올바른 질의어를 입력하는 책임은 이용자에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매번 완벽한가요? 기억이 잘 안 나거나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지요. 그래서 오타가 나거나 철자가 틀린 질의어에 대해서도 올바른 검색 결과를 보여주도록 네이버 검색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질의어 교정’(Query Reformulation), 줄여서 ‘QR’라고 하는 작업이지요.”

예컨대 ‘도중입사자 연말정산’이라고 검색창에 입력하면 웹문서 검색 결과는 자동으로 ‘중도 입사자 연말 정산’에 대한 검색 결과를 띄워준다. ‘도중입사자’보다 ‘중도입사자’가 더 널리 쓰이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 화면 제일 위에는 ‘중도 입사자 연말 정산으로 검색한 결과’라고 이용자에게 알려주고, ‘도중입사자 연말정산 검색 결과 보기’ 링크를 따로 띄워준다. 또한 ‘명절날전의종류는’이라고 띄어쓰기 없이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 의도에 맞게 ‘명절 전 종류’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겉보기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검색 서비스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게 단문검색이에요. 문장이 짧으면 검색 의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말이란 게 같은 뜻이라도 다른 단어를 쓰게 마련인데요. 짧은 단어를 입력해도 검색 서비스는 이를 문장으로 인식하고 그 의미를 파악해 정답을 내놓아야 하죠. 그 오차를 줄이는 게 우리의 숙제입니다.”

‘자동완성’ 기능도 지금보다 정교해진다. ‘자동완성’은 이용자가 검색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를 추론해 관련 검색어를 미리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검색창에 ‘물랑ㄹ’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물랑루즈’나 ‘파리 물랑루즈’ 등을 미리 보여주는 식이다. 네이버는 지금껏 이용자가 즐겨찾는 검색어를 분석해 15개의 자동완성 검색어를 보여줬는데, 앞으로는 동음이의어나 연관 분야 추천 검색어 3개를 추가로 보여줄 예정이란다. ‘물랑루즈’를 입력하면 15개 자동완성 검색어 외에 ‘파리 물랑루즈 여행 정보’나 ‘영화 물랑루즈’를 따로 띄워주는 식이다. 영화 ‘물랑루즈’를 찾던 이용자라면 ‘통합검색→영화 물랑루즈’의 2단계를 거치지 않고 검색창에서 곧바로 영화 ‘물랑루즈’ 검색 결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용자에게 다가간다는 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귀찮은 걸 덜어줘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사람을 게으르게 해 주는 겁니다. 게으르면서도 원하는 걸 얻게 해 주는 검색이 제대로 된 검색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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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께 새로워진 웹검색 보여주겠다”

검색을 얘기할 때 네이버에 피해의식처럼 따라붙는 멍에가 있다. ‘네이버 검색은 원본문서를 먼저 띄워주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원하는 정보를 영특하게 찾아주는 구글 검색에 빗대며 네이버에 내린 평가는 냉정했다. ‘네이버 속 정보만 편애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네이버도 귀머거리가 아닌 다음에야 모를 리 있겠는가. 이윤식 본부장은 “네이버 웹검색이 그 동안 문제가 많았다는 점은 모두 인정한다”라면서도 “3·4월께 지금보다 훨씬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웹문서 검색 수집·반영을 위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어떻게 하면 네이버 검색에서 좀 더 잘 노출될 수 있는지, 말하자면 네이버 검색엔진 최적화(SEO)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다. 구글도 ‘구글 웹마스터’란 이름으로 구글 검색 순위에 잘 반영될 수 있게 돕는 지침을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윤식 본부장은 “가이드라인 공개는 네이버 바깥 웹사이트와 소통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웹사이트를 수집하는 크롤링은 기계적인 작업입니다. 집주인이 문을 안 열어주면 못 들어가고, 거짓말을 하면 속을 수밖에 없어요. 매일 들어갈 수도 없고, 너무 자주 들어가면 또 집주인이 화를 냅니다. 집주인이 우리집이 어디인지, 언제 어디로 와서 무엇을 긁어가면 되는지 알려주면 좋지 않겠어요? 이번 작업은 네이버가 수집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면서 진행하는 첫 인구조사인 셈입니다.”

그렇지만 검색 결과가 세밀하지 못한 걸 두고 남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윤식 본부장은 “지금까지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고 싶은데 안 된다고 화내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몰라서 로봇 접근을 막아둔 사례”라면서도 “지금까지는 우리도 웹사이트가 막았으니 우리도 방문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자세만 취했는데, 그건 친절한 태도가 아니었다”라고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 공개를 시작으로 검색에 문제가 있는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차례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검색 시장의 전쟁터는 바뀌었다. 2~3년 전까지 PC웹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던 영토 싸움이 이젠 손바닥 안 싸움으로 이동했다. 초고속망에 연결된 큰 화면에서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찾는 정보와, 이동 중 좁은 화면을 눌러가며 찾는 정보의 경험이 똑같아서야 쓰겠는가. PC와 모바일에서 검색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건 모든 검색 서비스들이 당면한 숙제다. 네이버는 진로를 결정했을까.

“모바일 검색은 우리에게도 절체절명의 과제인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바일 검색의 정답이 뭔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경쟁업체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그래서 모두들 자신이 제일 먼저 정답에 접근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각오는 품고 있습니다. 모바일 검색의 정답을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올 텐데, 그때 그 검색이 네이버여야 한다는 겁니다.”

네이버 검색 서비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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