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해 보자. 나는 가수다. 힘들게 작업해 내놓은 앨범이 언제부턴가 인터넷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제 값 치른 사람만 구매해 들을 수 있는 음반이었다. 분명히 저작자 동의 없이는 함부로 유통하거나 공유해선 안 된다고 표기했지만, 어디 공유하는 사람들이 그런 걸 신경쓰던가. 속상한 일이다. 화가 치밀어오를 만도 하다.

자, 나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유튜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떡해야 할까. 구글은 이런 때를 대비해 몇 가지 선택지를 마련해 두었다. 누군가 내 저작물(동영상)을 불법으로 올려놓은 걸 발견했을 때 저작자는 3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①유튜브에 해당 동영상을 즉시 내려달라고 요청하거나 ②동영상이 그대로 유통되도록 두거나 ③동영상에 광고를 다는 것이다. ①번은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물을 보호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②번은 (불법)유통은 눈감아주되, 유튜브 이용자들이 이 동영상을 어떤 식으로 소비하는지를 저작자에게 알려주는 방법이다. 이용자의 소비 습관을 파악해 마케팅이나 유통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도록 한 조치다. ③번은 불법 유통을 눈감아주되, 이 저작물을 이용해 저작자가 수익을 올리도록 돕는 방법이다. 구글은 동영상에 광고를 걸고, 광고 수익을 저작자와 나눈다.

유튜브는 이렇게 저작자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이런 ‘통제 장치’를 피해갈 수 있는 유통 방법은 부지기수다. 이렇게 파일을 불법 공유하는 사람치고 인스턴트 메신저나 토렌트, 클라우드 서비스 한두 번쯤 써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막기도 쉽지 않다. 법은 기고, 기술은 뛴다. 완벽히 차단하고 처벌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언 메이든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사이트월드가 전한 소식이 흥미롭다.

영국을 대표하는 이 록밴드는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남미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이 밴드 트위터 계정을 가장 많이 팔로우하는 나라 10곳 중 5곳이 남미 지역 나라였다. 토렌트로 음반을 불법 공유하는 비중도 그만큼 높았다. 팬도 많고, 불법 공유도 많은 지역인 셈이다.

아이언 메이든은 불법 공유자를 찾아 처벌해달라고 요청하는 대신, 생각을 바꿨다. 우리 음악을 즐겨듣고 아껴주는 팬들이 모여 있는 지역 아닌가. 이들은 직접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아갔다. 남미 나라를 돌며 라이브 투어를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는 투어 영상을 모아 ‘플라이트 666’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콘서트 CD나 티셔츠 판매는 중단했다. 팬들은 라이브 콘서트로 몰려들었다. 아이언 메이든은 상파울루 공연에서만 158만파운드, 우리돈으로 27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남미 투어 이전 310만명이었던 소셜미디어 팬들은 투어 이후 500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아이언 메이든은 자신들의 음반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을 적이 아니라 팬으로 만들었다. 칼 대신 손을 내미는 역발상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온라인으로 저작물을 불법 공유하는 일은 저작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힐 수도 있지만, 저작자가 발상을 전환하면 이를 자산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저작물을 엄격히 보호하는 데만 몰두하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조건을 달아 퍼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팝 아티스트 나인 인치 네일스(NIN)는 2008년 3월, 새 앨범 ‘고스트Ⅰ-Ⅳ’에 포함된 36곡을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용 3.0’(BY-NC-SA 3.0)이란 CCL 조건을 붙여 무료로 뿌렸다. 9개월 뒤, 이 앨범은 아마존닷컴이 집계한 ‘2008년 베스트셀러 앨범’에서 1위에 올랐다. 앨범을 내려받은 이들이 널리 소문을 낸 덕분이었다. 이 앨범은 발매 첫 주에만 80만장이 팔렸고, ‘빌보드 일렉트로닉 앨범’ 차트와 ‘빌보드 200’에서도 잇따라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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