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두고 흔히들 말한다.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열린 공간’이라고. 기회도 열려 있다. 누군가에겐 새로운 수익을 도모하는 개척지이고, 다른 이에겐 지식을 나누는 배움터이기도 할 테다.

헌데, 정말 그런가. 인터넷은 능동과 창조의 공간이기만 할까.

우리는 인터넷 길목을 막고 다짜고짜 신분증을 요구하는 불심검문의 시대를 통과해 왔다. 합당한 이유 없이 의사표현이 가로막히거나 차단당하는 일도 적잖다. 네트워크를 틀어쥔 자가 그 위에 얹힐 콘텐츠와 서비스까지 임의로 골라담는 광경도 더러 목격했다. 이럴 때 인터넷은 긍정과 창조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두려움과 혐오의 공간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터넷을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까. 마냥 사랑스럽지만은 않지만, 이용자가 주체가 돼 인터넷을 가능성과 창조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옳다. 그러니 미운 구석이 있더라도 이 악물고 ‘사랑한다’라고 말해보자.

‘스릉흔드’는 이처럼 애증을 담아 이 악물고 인터넷을 ‘사랑한다’고 불렀을 때 나는 소리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이용자들이 그래서 나섰다. ‘제1회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 모험가들’ 얘기다. 이용자들이 주체적으로 인터넷을 매개로 재미 있고 의미 있는 활동들과 단체를 알리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자는 데 뜻을 모은 축제다.

참여 단체들도 스스로 뜻 맞아 모였다. 망중립성이용자포럼생활코딩인터넷주인찾기진보네트워크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등 개인과 단체가 이번 축제를 위해 두루 힘을 모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구글코리아, NHN은 후원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축제 프로그램도 꽤나 빼곡히 들어찼다. 오전만 해도 5개 트랙에서 15개 세션이 진행된다. 주제에 따라 ▲미디어 ▲커뮤니티 ▲개발자 ▲문화 ▲비즈니스 등으로 나뉘었다. 한국 위키백과 커뮤니티의 류철 박사, ‘낭만IT’로 유명한 만화가이자 칼럼니스트 김국현 씨, 인터넷에서 ‘생활코딩’ 강좌를 진행하는 블로거 이고잉 등이 눈에 띈다. 카카오 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애니팡’의 성공 뒷얘기를 들어보는 코너나, ‘망 중립성 러브스토리’ 같은 다소 묵직하면서도 해학이 담긴 발표도 흥미로워 보인다. CC코리아는 행사장에서 ‘오픈하드웨어’를 주제로 ‘CC 살롱’을 진행한다.

점심 시간에는 ‘장터’가 열린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김밥 외에 김나은 씨의 ‘소셜닭강정’과 ‘복태의 테이블’이 제공하는 친환경 영양 후식, ‘개발자 커피’ 등이 준비될 예정이다.

오후 행사 가운데는 ‘제1회 인터넷 멍에의 전당: 인터넷 실명제’ 행사가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시상식이다. 행사 진행을 맡은 망중립성이용자포럼 장혜영 씨는 “인터넷 실명제를 만든 장본인을 선정해 그 불명예를 오래오래 기리는 시상식”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시상식 뒤엔 ▲인터넷 권리 선언과 오전 발표자의 짧은 요약 발표(이그나잇) ▲뮤지컬 요소를 도입한 토론회 ‘인터넷의 고도를 기다리며’ ▲‘나비다’, ‘5Who’, ‘관계맺고’, ‘유유자적청소년밴드’의 축하공연 등이 이어진다.

이번 행사 총감독을 맡은 블로거 민노씨는 “인터넷에서 소비자는 수동적 서비스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라는 정체성을 획득했다”라며 “능동적인 인터넷 이용자로서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다”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제1회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 모험가들’은 11월3일 건국대학교 산악협동관에서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다. 선착순 600명까지 받지만, 되도록 서두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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