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팀 프로젝트는 늘 세밀한 부분에 신경쓰는 인상을 줍니다. 대체로 시의성 있고 실용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 같아요. 한국팀 ‘허니 프로젝트'(아부 하드바 부사장은 렛잇비팀이 건넌 벌꿀이 인상깊었다며, ‘렛잇비’ 프로젝트를 계속 ‘허니(벌꿀) 프로젝트’라고 불렀다)가 그랬는데요. 하지만 다른 팀이 조금 더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말 간발의 차이로 떨어지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왈리드 아부 하드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개발자 플랫폼 사업부(DPE) 부사장은 ‘이매진컵 2012’ 기간 내내, 한국팀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개막식 날 한국 가온누리팀을 지목해 올 가을 미국에서 열리는 MS 개발자 행사 초청권을 안겼고, 한국팀 쇼케이스나 발표장도 세심히 둘러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 둘쨋날엔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에서 렛잇비팀이 최종 결선 진출에 실패하자 직접 찾아와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기도 했다. 적정기술을 활용한 가온누리팀의 ‘노킹호프’ 프로젝트를 보고는 ‘빨리 윈도우폰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인상깊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왈리드 아부 하드바 부사장은 MS 이매진컵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그러니 꼭 한국팀 프로젝트만 인상적이었겠나. 아부 하드바 부사장에겐 올해 이매진컵 결선에 올라온 106개팀, 아니 예선부터 참여한 전세계 35만명 학생 모두가 ‘인상깊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결과물 아니겠는가.

“이매진컵은 제게도, MS에도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MS는 세계 최대의 SW 회사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우선,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인류 전체에, 우리가 사는 지구에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요. 젊고 유망한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사회에 편입시키면 MS 뿐 아니라 IT 산업 전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MS 입장에서도 우리 기술을 잘 익히고 훈련받은 학생들이 전세계 협력사에 퍼지면 생태계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는 셈이죠. 전체 인류와 IT 산업, MS 등 세 가지 관점 모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입니다.”

이매진컵은 해마다 100곳이 넘는 나라에서 수십만명의 학생이 참여하지만, 발표나 질의응답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 같은 비영어권 학생들은 의사소통에서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부 하드바 부사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국팀 뿐인가요? 일본이나 중국팀 등 다른 비영어권 모든 팀도 언어장벽이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매진컵에선 심사위원 모두가 이런 문제를 이해하고 감안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교육을 받습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을 거치게 되죠. 한국팀만 봐도 그래요. 저도 제2 외국어로 영어를 배웠는데도 한국팀 설명을 들어보면 100%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예요.”

올해 이매진컵은 핵심 경쟁 부문 3개와 챌린지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경쟁 부문과 주제와 숫자는 해마다 조금씩 바뀐다. MS는 어떤 기준으로 이를 결정할까. “해마다 이매진컵이 끝나면 참가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합니다. 이를 토대로 부족한 대목을 보완해서 대회 규칙이나 주제를 조금씩 조정하곤 합니다. 기술의 유행이나 흐름도 면밀하게 고려합니다. 그러니 내년 이매진컵이 어떤 부문, 어떤 주제로 진행할 지는 저도 모르는 거죠.”

아부 하드바 부사장은 “해마다 이매진컵에 참여할 때마다 놀라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기술 혁신 면에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많이 남아 있구나 라고 느낍니다.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 단순히 아이디어를 구현한 데서 그치지 않고 정말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들이 많아요. 키넥트를 보세요. MS는 게임용 기술로 내놓았지만, 학생들은 이를 이용해 사람을 걷게 만들고 청각장애인 수화를 전세계에 번역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꿈꾸고 생각하는 역량은 참으로 굉장해요.”

이매진컵 심사, 어떻게 이뤄지나

이매진컵 본선 대회는 3개 핵심 경쟁 부문과 5개 챌린지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부문별로 참가팀은 프로젝트 발표와 시연, 질의응답 과정을 거치며 당락을 가른다. 본선 발표장엔 대개 각 나라별로 뽑힌 4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다. 부문별로 심사위원이 정해져 있지만, 자국팀 심사에는 참여하지 않도록 사전에 배정돼 있다. 김용국 교수(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는 올해 호주에서 열린 이매진컵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본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이매진컵의 꽃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 심사를 맡았다.

– 이매진컵 심사는 이번이 처음인가.

= 본선 심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 앞서 한국 예선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 심사 과정과 채점 기준이 궁금하다.

= 채점 항목은 5개이다. 그 항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두고 심사위원단에서 많은 논의가 오갔다. 예컨대 기존 프리젠테이션 80%, 시연 20%로 나눴던 점수 비중을 유지하느냐, 이번엔 바꾸느냐를 논의하는 식이다. 되도록 프리젠테이션하는 팀으로부터 최대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데 점수 비중을 두자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동의했다.

– 심사위원들은 모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인가.

= 절반쯤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분이다. 해마다 절반쯤은 새로운 심사위원으로 교체하는 분위기다.

– 심사에서 특별히 비중을 두는 대목이 있나.

= 예전과 비해 달라진 분위기는 있다. 예전엔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크게 문제삼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무리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이나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점에도 신경을 써야 좋은 점수를 얻을 것 같다. 단, 비즈니스 모델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보느냐에 따라선 심사위원마다 차이가 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심사위원마다 점수차가 심하게 발생하더라도 그걸 평준화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 한국팀 프리젠테이션도 심사했나.

= 자국팀은 심사할 수 없다. 제가 하룻동안 7개 프로젝트를 심사했는데, 심사위원도 나라별로 골고루 섞어두었다. 발표팀 가운데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팀도 적잖은데, 어느 정도 언어 훈련도 곁들이는 게 좋겠다. 단순히 유창함의 문제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거기서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아무래도 문제가 있지 않겠나. 분위기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온화하게 이끌어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 비영어권 팀이 손해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가.

= 그렇지는 않다. 심사위원이 4명씩 들어가는데, 영어권은 많아봐야 1-2명이다. 심사위원 중에서도 영어를 못하는 분도 있다. 그래도 해당분야 전문가 답게 평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발표자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보다는 자기 내용을 잘 이해하고 올바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심사위원이 질문을 했을 때 얼버무리거나 못 알아들으면 점수가 인색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 이매진컵에 대한 인상은.

= 한국에서 이보다 더 어려운 과제도 수없이 심사했다. 난이도만 따지자면 한국에서 심사하는 게 더 높을 수 있다. 결국 이매진컵은 인터내셔널 커뮤니티를 만드는 장이 아닐까 싶다. 영어로 얘기하되,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 목표를 갖는 것이다. 심사위원도 같은 목표를 갖고 들어간다.

– 한국팀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어떤가.

= 서로 대화할 틈도 없다. 다들 너무 바쁘다. 점수까진 모르겠고, 한국팀에 대한 인상을 다른 심사위원들과 얘기해본 적은 있다. 한국의 발전에 대해 경외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심사위원에게 내려진 주의사항이나 지침이 있다면.

=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몇 가지 추리자면, 심사위원은 문제를 일으킬 행동을 해선 안 된다. 학생에게 의견을 줄 땐 지나치게 과찬하지도, 경멸하지도 말라고 한다. 학생들과 싸우려들지 말라는 얘기도 들었다. 궁극적으로 학생 경험을 향상시키는 건데, 굳이 말로 상처를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선포한 기준대로 채점을 하라는 당부도 했다.

– 심사위원 선정 과정은.

= 나도 모른다. 일단 분포는 나라별로 골고루 있다. 나는 하루 전날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제출했다. 지역별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후보 인사를 추천하면 본사에서 결정한다고 들었다.

– 심사위원으로서 어려운 점은.

= 일이 너무 많다. 건물 안에서 밥 먹고 심사만 한다. (웃음) 그래도 실제 심사는 이틀 정도니 할만하다. 점수보다는 글로 피드백을 주는 걸 특히 조심하라고 들었다. 아무리 영어에 능숙하다 해도, 비영어권 심사위원으로서 짧은 시간에 학생들에게 상처를 안 주는 표현을 골라가며 보고서를 쓰기가 만만치는 않다.

– 이매진컵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해마다 이매진컵 주제나 조건 등은 조금씩 달라진다. 도전에 앞서 이를 세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심사를 하다보면 몇 년 전 정보를 토대로 프로젝트를 준비한 듯한 인상을 주는 팀도 몇몇 있다. 이런 팀은 아무래도 뒤처진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최신 정보에 입각해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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