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강의를 웹으로 풀었다. 등록금이라도 추렴해야 하나? 걱정마시라.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된다. 강의 노트만 달랑 올려놓은 생색내기용 서비스가 아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부터 관련 사진과 동영상까지 빼놓지 않고 공개했다. 고려대 웹에선 누구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수업 준비물은 딱 하나, 배울 의지다.

고려대 오픈코스웨어.’ 고려대 강의가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건 이 프로그램 덕분이다. ‘오픈코스웨어’(OCW)는 대학 강의를 주요 수업 교자재와 더불어 웹에 무료로 공개하자는 운동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가 2001년 처음 선보였다. 지금은 오픈코스웨어 컨소시엄(OCWC)을 주축으로 전세계 유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가 OCW를 도입하게 된 데는 김규태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의 노력이 컸다. 김규태 교수는 2006년 교수학습개발원 부원장을 맡으면서 OCW 참여를 본격 검토했다.

“국내에서도 학자들 사이에 OCW나 공개 교육자료(OER, Open Education Resources)를 활용하거나 인용하는 사례가 적잖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어요. 자료를 가져다쓰는 사람은 많아도, 개방형 자료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도 외국서 공개한 자료를 가져다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에 참여하자고 생각했죠. OCWC에 e메일을 보내 참여 의사를 밝혔더니, 흔쾌히 환영한다는 답변이 왔어요.”

공유에 그치지 않고, 지식 생산에 기여하자

이제 학교를 설득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대학교마다 ‘글로벌화’ 바람을 타고 영어강의를 개설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고려대도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는 게 숙제였다. 김규태 교수는 직접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렸다. “모의실험을 해보니 5% 정도는 온라인 강의로 충분히 높일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학교에 해외 대학과 협업하는 온라인 수업을 제안했죠. 이름도 ‘G클래스’라고 붙였고요. 거기에 OCW를 넣었고, 결국 학교에서 정식 도입하게 된 겁니다, 하하.”

김규태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OCW 도입은 결정했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학교 전체에 e러닝 시스템을 도입하는 비용부터가 만만찮았다. 학교 재정은 빠듯했고, 방도를 찾아야 했다. “다행히 제가 몸담았던 학회에서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관련 업체를 많이 알고 있었어요. 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시스템을 가져다 학교에 활용했어요. 그렇게 초기 투자비를 줄이면서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조금씩 개선해 나갔습니다.”

2007년 3월, 고려대는 OCWC에 정식 가입하고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OCW를 도입했다. 처음엔 참여율이 기대를 밑돌았다. 우선, 새로운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교수들이 적잖았다. 수업 내용을 글과 그림, 동영상으로 일일이 저장하는 것도 사실 번거로운 일이었다.

처음부터 순조롭게 풀리기야 하겠냐만은, 온라인 강의를 연착륙시키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김규태 교수는 주된 원인으로 ‘도구의 어려움’을 꼽았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도구는 SIMPLE(심플)하고, 정책은 MOST(모스트)해야 한다는 겁니다. 도구는 보여주고(Show), 영감을 주며(Insight), 동기를 부여하고(Motivation), 플랫폼 독립적이어야(Platform independent) 합니다. 누굴 위해서냐고요? 학생과 교육자 모두를 위해서(for Learner & Educator)죠.”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도 내친 김에 풀어보자. 김 교수는, 정책이란 새로운 것을 통합(Merge)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개방(Open)해야 하며, 자료는 공유(Share)돼야 하고, 특히 기술(Technology)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the MOST Policy with SIMPLE Tools’란 철학이 고려대 OCW에도 녹아들기를 김규태 교수는 바랐다.

기술 문턱, 아직도 높은 편

2012년 3월 현재 고려대 OCW 웹사이트에는 12개 분야 99개 강의가 등록돼 있다. 등록된 강의들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 CCL 조건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김규태 교수는 “초기엔 등록되는 논문 수도 적었지만, 지난해부터 효과가 본격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전체 강의 중 OCW 콘텐츠로 생산되는 비중이 현재 10% 정도에 이른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강의 10개 중 1개 정도가 수업 자료와 더불어 온라인으로 공개된다는 뜻이다.

고려대학교 오픈코스웨어 웹사이트

김규태 교수는 고려대 OCW가 지금보다 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교수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기술적으로는 덜 성숙한 상태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패드 같은 새로운 태블릿의 출현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는 속도도 빠르고, 징조도 좋습니다. 지금도 모바일 연동은 되지만, 훨씬 쉬워져야겠죠.”

김규태 교수는 2002년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려대에 부임했다. 고려대 OCW 도입에 앞장선 점 외에도 김 교수는 ‘졸업패 주는 교수님’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부터 석·박사학위를 딴 졸업생에게 직접 글귀를 쓴 축하패를 일일이 만들어 선물해왔다. 새로운 연구문화를 배우도록 틈만 나면 제자들을 외국 대학으로 내보내는 ‘독특한’ 교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에는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층상무기나노재료 낱장분리 기술’이란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한 실력파 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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