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은 보호받아 마땅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선 그게 합당한 일입니다. ‘지식재산’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순간, 이 콘텐츠엔 ‘저작권’이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다른 누군가 이를 무단 침해하는 순간, 불법 행위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게 법입니다.

허나 생각해볼 일입니다. 값을 매겨 거래되는 지식 자산이 지식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를. 지식이란 모름지기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입니다. 다른 지식과 만나 부딪히고, 섞이고, 재조립되며 지식은 창조되고, 변용되고, 보완됩니다.

더구나 인터넷 시대입니다. 새로운 지식 유통망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예전처럼 꽁꽁 가둬두고 소유권을 따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낡은 지식 몸값표에 의존해 새로운 지식 창발 시스템을 억누르는 게 옳은 일일까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입니다. 인터넷 시대, 개방과 공유 사회로 지식 재산도 성큼 걸어나와야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볼까요. 지식재산권, 저작권을 꽁꽁 단속하는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요. 다름아닌 지식을 자본화하고 다스리려는 거대 기업들 배를 불리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지식이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은 울타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지식재산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왜곡되이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런 문제로 요즘 미국이 시끄럽다고 합니다. 미국 하원이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 법안(Stop Online Piracy Act, SOPA)이란 걸 발의하려는 움직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상원은 비슷한 취지의 지식재산권 보호 법안(Protect Intellectual Property Act, PIPA)을 상정한 상태입니다. 대형 저작권 협회를 등에 업고 진행되는 법안 발의 움직임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높습니다.

SOPA가 발효되면 어떻게 될까요. 저작권자들은 이른바 ‘해적 사이트’를 감시하고 검열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불법 저작물이 유통되는 게 확인되면 해당 게시물을 내리는 것은 물론, 웹사이트 전원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불법 콘텐츠 감시를 명목으로 이용자의 접속 경로나 콘텐츠 유통 실태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사실상 웹서비스 목줄을 죄는 행위입니다. 자연스레 이용자 표현의 자유도 위축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대개 ‘검열’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주요 인터넷기업들은 SOPA와 PIPA에 반대하는 온라인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1월18일 하룻동안 웹사이트 불을 끄는 ‘블랙아웃’ 운동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구글과 위키피디아, 모질라재단과 워드프레스, 레딧, 닷섭, 트윗픽 같은 웹서비스부터 보잉보잉 같은 인터넷 미디어까지 두루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저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얘기일까요. 인터넷엔 국경이 없습니다. 나라마다 웹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 정책을 세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특정 나라의 선례가 다른 나라로 확대 적용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더구나 한국은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웹서비스가 미국 저작권 협회의 감시와 견제 아래 놓이는 일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SOPA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이유입니다.

그래서 블로터닷넷은 SOPA를 반대합니다. 지식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공유를 지지합니다. 지식 재산 보호 못지 않게 공정한 이용과 공유의 긍정적 에너지를 믿고 지지합니다. 창작과 공유가 주는 가치를 지식 재산 보호보다 더 무겁게 받듭니다.

작고 소심한 매체인지라, 웹사이트 불을 완전히 끄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반대 의사는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1월18일 ‘블랙아웃’ 운동에 블로터닷넷도 동참합니다. 지식은 자유롭게 나누고 섞을 때 맑고 깊어진다고 믿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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